2011년 1월 4일 화요일

tablet

예전에 만화를 그릴 때, 타블렛으로 그린 거냐 발로 그린 거냐는
소리를 가끔 듣곤 했는데 타블렛으로 그려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.
우리 개가 땅꼬마 시절에 물어 뜯어 버린 후로 이상하게
타블렛을 새로 사지도 않고 미련하게 거의 삼 사년을 마우스로
색을 붓고 지우고 살았던 것이다.
어떤 것에는 매우 집착적이면서 (예를 들면 수첩이라든가 신발,외투 같은 거)
어떤 것에는 그냥 멍. 아무 생각이 없는 듯 하다.(예를 들면 핸드폰,타블렛)
런던에 오기 전에 얻은 손바닥 보다 약간 작은 사이즈의
이 타블렛도 누가 주지 않았으면 계속 마우스로 연명했을지도 모르겠다.

지금의 핸드폰도 지구에서 제일 허름해 보이는 핸드폰을 갖고 있는 걸 보고
누가 자기한테 안 쓰는 새 핸드폰이 있다며  준 것인데 , 옛날 거 볼 때 사람들이 늘 그랬다.
"그 핸드폰은 왜 그래? "  "그건 뭐야?"
이렇게 이 전 임시 핸드폰이 몹시 허름하고 사무치게 곤궁한 룩이라  보는 사람으로
하여금 동정심과 위화감을 불러 일으키곤 했지만 그 색은 단순하게 검은 색이었기
때문에 정작 나는 그것에 어떠한 수줍음도 없었다.하지만 버튼이 불편하고 여러가지
문제들이 많아 언제고 핸드폰을 새로 장만해야지 하고 미루고 있던 차,다행히 새 것이 생겼다.
공짜로 받은 더 편리한 핸드폰은 ,엘지 것으로 ,어여쁘고 조잘대는
여대생들에게 어울리는 것이었다. 그러니까 연한 핑크. 은은하게 패턴이 깔려 있다.
그라데이션 처리도 되어 있다. 이걸 받자 마자 거지 같은 과거의 임시 핸드폰엔
없던 수줍음이 훅 밀려 왔다.하지만 준 사람의 고운 성의와 호의를 생각해
불평을 할 수는 없어,집에 와 다시 호주머니에서 꺼내 본 후 잠시 머리를 굴려 보다가
책상 위에 굴러다니는 검은 아크릴을 칠해 보았다.
잘 될 턱이 있나 다시 지웠다.
밖에서 핸드폰을 확인할 일이 있으면 (주로 시계 대용 ) 어떻게든  보이는
면적을 최소화하기 위해 손으로 신중히 감싸서 보곤 한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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